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인간의 감정 중에서 '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도 많고 궁금한 점도 많다. 그 이유는, 감정들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감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를 잘 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다니는 명상원 원장님께 '화'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했었다. 명상원장님은 '화'는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화'가 나쁜 면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궁금증만 더 늘어갔다.
구사나기 류순의 《멘탈 아츠》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화내라! 화내도 좋다!" 그 문구가 나를 강렬하게 잡아당겼다. 승려인 저자가 화내도 된다고 하니 한 줄기의 동앗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선 '화'를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화'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상대에게 '화의 원인'이 있는 '상대 발신 화'와 자신에게 '화의 원인'이 있는 '자기 발신 화'이다. 각 '화'에 따라 흘려보내는 요령이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법, 대처하는 요령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자기 발신 화'에 마음이 집중된다.
'자기 발신 화'는 '나는 생각한다'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망상이다."인 것이다. 대표적인 망상 두 가지, 책임감과 죄책감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실수하면 주변에 폐를 끼친다'는 책임감 망상과 '기대에 부응해야돼'라는 죄책감 망상이다. 두 생각 모두 내 삶을 가장 크게 지배하고 있는 감정이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나는 책임감 망상에 줄곧 빠져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도 '나 때문에 뒷 사람이 오래 기다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주 가는 곳의 키오스크 화면은 대부분 외워서 사용한다. 운전할 때도 '내가 뒷 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속도를 높이곤 한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나에게 '다른 사람들은 너한테 그렇게 관심이 없어' 라고 말하곤 한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 명확하게 안다. 책임감 망상이라는 말이다.
내 망상이 만들어내는 화만 줄여도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뺄 수 있을테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책을 계속 읽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깨닫고 계속 노력해보는 수밖에는. 오늘도 망상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보자. "내가 또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면서 말이다.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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