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넘기며 돌아본 한 해
폰에 정리해 둔 사진 앨범을 천천히 넘기며 올 한 해를 돌아봤다.사진 속에는 가족과 함께한 여행의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진 찍자! 여기 배경 진짜 예쁘다""좋아. 다들 모여봐.""타이머 맞췄어. 3, 2, 1" 웃고 있는 표정을 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추억을 많이…
자긍심
2025년 12월 29일 월요일'자긍심'이 도대체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이연숙, 남웅의 《퀴어 미술 대담》은 예술비평을 하는 두 사람의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많은 말들 중에서 남웅 비평가의 한 물음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붙잡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프라이드를 이야기…
척의 일생
2025년 12월 26일 금요일'universe'는 뭘까? 어째서 선생님의 손과 손 사이에 'universe'가 있다고 말하는 걸까?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영화 《척의 일생》에는 멋진 장면이 등장한다. 학교를 졸업하는 척에게 리처즈 선생님은 한가지 질문을 한다. 양 손으로 척의 머리를 …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막상 그 상황에 놓이면 마음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서운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다. 몇 달 동안 온힘을 다해 공을 들였던 일이 기대만큼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누군가를 붙잡고 땡깡을 부리고 싶어진다. 왜 내 인생만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느냐고 투덜대…
☎️전화 한 통의 의미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한 친구가 말했다.“우리 엄마가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요즘엔 나 없으면 아예 안 드셔.”키오스크 사용하는 법이 어렵고, 직원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그것조차 부담스러워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게 됐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
멘탈 아츠
2025년 12월 24일 수요일인간의 감정 중에서 '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심도 많고 궁금한 점도 많다. 그 이유는, 감정들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감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를 잘 내는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예전에, 내가 다니는 명상원 원장님께 '화'에 대한…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세상에는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도도 파인애플도 과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과일도 있다고 말하는지, 왜 자신이 오렌지만을 과일로 믿게 되었는지는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말만 반복…
여행과 나날
2025년 12월 20일 토요일심은경 주연,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을 보았다. 이야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처음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폭우가 내리는 여름날, 한 남성과 여성이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이게 뭐지? 추운 한 겨울에 스…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2025년 12월 19일 금요일임솔아 시인의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읽다가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시인은,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가 어떤 뚜렷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아홉 살>에는 도시건설 게임을 하는…
겨울선물
한달에 한번, 우리 아들을 자연 학교에 보낸다. 보통은 함께 다니는 동갑내기 아들이 있는 여동생이 함께 데리고 가는 편이다. 지난 밤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오기도 했고 숙취도 있어 아침에 눈만 뜬채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찰나에 아내가 갑자기 즉흥적인 제안을 한다. "오늘은 우리도 …
크리스마스 캐럴의 추억
생일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였을까. 생일이 달갑지 않다. 결국 다 먹지 못할 홀케익을 사고 식당을 예약하고 고로 통장이 쪼그라드는 의식. “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야. 네가 안 한다고 했어!” 올 초부터 친구처럼 생일 파티를 키즈 카페에서 해달라는 아이의 마음은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여…
[프랑스의 소피] 크라스마스 루떵
“Cette année un petit lutin de Noël est venu à la maison.”올해 우리 집에 작은 크리스마스 요정이 왔어. 일 년 중 마지막 12월,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흘러간다. 거리에는 불이 켜지고, 창문에는 별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식 날, 하얀 천장 아래로 햇살이 쏟아지는 듯했다. 사람들의 웃음과 플래시가 뒤섞인 그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 듯 보였다. 그의 손을 잡은 채, 앞으로 걷는 모든 길이 함께일 거라 믿었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뛰었고, 그 떨림이 사랑의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의 눈부…
가차 없는 나의 촉법소녀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매년 12월, 한 해의 마지막 모임에서 시낭독을 한다. 모두가 마음에 드는 시나 책 속의 한 구절을 준비해 각자의 호흡과 온도로 전달한다. 어떤 시를 소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황성희 시인의 …
럭키데이 인 파리
2025년 12월 14일 일요일여전히 맞지 않다. 나는. 우디 앨런 감독과.첫 남편과의 이혼 후 우울감에 빠져있던 파니에게 장이 다가와 화려한 삶을 선물한다. 파니는 장에게 이런 화려함들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음을 호소하고 그의 트로피와이프가 되고 싶지 않음을 말하지만, 장은 그녀의 말을…
도나츠와 서커스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오븐 작가의 웹툰 《도나츠와 서커스》를 보다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하는 '후추'는 '도나츠'에게 줄타기를 가르쳐주며 이런 말을 한다."줄 위에 올라가면 널 잡아줄 사람은 없어. 반대로 널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줄이 흔들린다…
🎶 다시, 그 이름 — 싱어송라이터 이영훈
🎶 다시, 그 이름 — 싱어송라이터 이영훈 —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불쑥 선물을 건넸다.‘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 클립, 썸네일 속 익숙한 얼굴.이영훈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연말 쯤 올드피쉬의 소다 사장님이 운영하는 Soda2002 무대에 선 이후로, 그…
#28 프라하육아 일기 <혼자 꿋꿋하게> 숲을 가로 지르는 자전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오면 하늘은 더 높고 잎사귀들은 빛바랜 색이 된다. 가을나무와 웜톤의 프라하 전경은 꽤 아름다운 전경이다. 빛바랜 건물과 가을빛, 구시가지의 빨간 올드트램과 조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드디어 가을이 왔다. 프라하의 가을이란 한번 슥…
포포포 와인이야기 : 포도에서 포텐셜을 포착하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뭐예요?" 예전엔 이 질문이 참 어렵게 느껴졌다. 게임, 음악, 운동… 즐기는 건 많았지만, 하나를 콕 집어 ‘내 취미’라고 말하기엔 애매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며 일과를 마친 후 나에게 남는 시간과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첫번째 점 찍기
오늘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논문 인준지에 확인 서명을 받았다.이제 대학원도 진짜 마지막이지만, 뿌듯하고 기쁜 마음보다는 담담하다 못해 조금은 허무하기까지 한 마음이 크다.(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결과에 대한 감정은 담담해지는 것 같고, 몰입하는 과정 속의 만족감만 선명하게 남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