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 월요일
세상에는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도도 파인애플도 과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과일도 있다고 말하는지, 왜 자신이 오렌지만을 과일로 믿게 되었는지는 궁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오렌지만이 과일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포도는 과일이다. 파인애플 또한 과일이다. 포도는 오렌지가 병에 걸려서 포도가 된 것이 아니고, 파인애플 또한 오렌지가 악마에 씌여 파인애플이 된 것이 아니다. 포도는 포도일 뿐이고 파인애플 또한 파인애플일 뿐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지넷 윈터슨의 소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에는 한 소녀의 성장기가 담겨 있다. 오렌지만을 과일이라고 믿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니, 담담함을 넘어 아주 씩씩하다. 무엇보다 경탄을 자아내는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의 품을 벗어났던 주인공은, 다시 자신이 살던 마을로 돌아와 어머니를 만난다. 자신이 마을을 떠난 후 그곳은 많이 변했다. 어머니 또한 얼마만큼은 변화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심지어, 파인애플을 과일로 인정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조소하거나 연민하지 않는다. 다만 말없이 어머니를 바라보고 변화한 모습을 받아들이고 지시를 따를 뿐이다. 자신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내쳤던 어머니를 말이다.
주인공은 그 어떤 판단의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자신일뿐임을 내면화했기에 어머니에게 그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모습이다. 어머니 또한 어머니일뿐이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세상은 감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세상은 이미 오렌지 뿐만 아니라 포도와 파인애플도 과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돌아보라.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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